December 15, 2005

Google Adsense 가 싫은 이유

이 블로그의 첫번째 글이기도 했지만, host 파일을 조금 손보면, 요즘 흔하게 볼 수 있는 구글 텍스트 광고까지 모두 차단할 수 있다. 그래서 요즘은 광고가 있던 자리가 허하게 남아있는 사이트를 가게되면, 괜시리 어떤 광고가 삽입돼있나 궁금해진다. 특히 외국의 블로그 운영에 관한 팁을 다루는 사이트를 가게되면, 구글 광고를 효과적으로 삽입하는 방법 등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나야 애드센스 계정도 없고 관심 가질 이유가 없지만, 이들의 전략이 어떠한지 호기심이 일곤 한다. 실제로 구글 광고만으로 남부럽지 않은 수익을 올리며, 직업적으로 블로그만 운영하는 사람도 있다.

내가 블로그에 흥미를 가지는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다.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경제적인 이익과는 별개로)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을 자신의 블로그에 끌어올 수 있을까 고민하기 마련이다. 일단 자극적인 타이틀로 지나가는 이의 눈길을 잡고, 논쟁거리나 정치(이거야말로 국민의 품격있는 오락아닌가)적인 내용으로 방문자의 심기를 건드린다. 좀더 나아가면, 멋진 디자인과 특수효과로 사용자의 미적 감각을 자극하기도 한다. 반대로 엉뚱한 방향으로 가면, 소위 "낚였다" 는 좋지않은 반응을 이끌어낼 수도 있다. 암튼 블로그 운영자는 보이지 않는 방문자와 게임을 하여야 한다. 그래서 보통의 사람들도 어느덧 카피라이터나 저널리스트가 되고, 디자이너가 되며, 결국엔 돈도 벌어보겠다며 광고업자도 되는 것이다.

얼마전에 익스플로러 사용자는 파폭 사용자에 비해 광고 클릭율이 4배나 높다는 기사가 떴었다. 이게 뭘 뜻하는 것일까? 익스 사용자는 파폭 당원에 비해 돈이 많아, 그에 따라 광고도 많이 클릭하는 것일까? 아니면 파폭 당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컴맹이라서 광고가 광고인줄 모르고 클릭한 것일까? 대부분 후자라고 생각할 것이다. 요즘같이 가격비교 사이트와 인터넷 쇼핑몰이 일반화된 시대에 조그만 문자 광고에 혹해 물건을 사는 사람은 매우 적을 것이다. 그런데도 광고를 클릭하는 이유는? 일부는 운영자의 앵벌이를 위해 의례적으로 클릭하는 사람도 있다지만, 대게 이런 곳은 광고가 콘텐츠와 구별이 안되게 심어졌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문자로만 이루어진데다, 방문자와 사이트의 성향을 분석해 내보인다는 첨단의 맞춤형 광고이기 때문에 (대단하신 구글씨), 우리의 어리숙한 방문자께선 좋은 정보인 줄 알고 값싼 클릭질을 하는 것이다. 심지어는 본문 한가운데에 똑같은 글자 크기와 색깔로 교묘하게 심어져있어, 나또한 순간적으로 움찔할 때가 있다. 내가 구글 광고를 싫어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미지나 플래시에 비해 트래픽은 적게 불러오지만, 방문자를 노골적으로 기만하는 점이 괘씸하기 짝이 없다. 정말 광고로 먹고 사는 상업 사이트라면 몰라도, 몇푼 좀 벌 수 있다고 꼬드겨서, 개나 소나 구글 광고를 달게 하는 점이 맘에 들지 않는다.

언젠가는 우리의 순진한 컴맹들께서도 구글 광고를 컨텐츠와 구별할 줄 아는 혜안를 갖추게 될테고, 구글 광고도 결국 약발이 떨어질 것이다. 물론 그전에 또다시 새로운 양식의 광고를 개발될 것이고, adblock 은 "당신이 반드시 깔아야만 할 파폭의 확장기능" 중 하나로 꾸준히 랭크될 것이다. 나의 광고 피하는 스킬 또한 갈수록 향상되겠지. 이렇게 누구나가 광고업자가 되면서도 동시에 광고 혐오자가 되는 덕분에, 갈수록 인터넷 광고의 값어치는 떨어지고 있다. 왠지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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