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03, 2005

프로그래머가 뽑은 모노스페이스 폰트

요즘 블로그의 모양새를 변경하면서, Editplus 를 여는 일이 잦아졌다. 마침 올블로그에 폰트에 관한 내용이 있어 들어가 봤더니, 많은 이들이 이 문제에 관해 언급하고 있었다. 이런건 1인의 전문가보다도, 다수의 아마추어들에게 얘길 들어보는게 현명하다. 개중에는 only 굴림체라는 디폴트주의인지, 귀차니즘인지 헷갈리는 의견도 있지만, 정말 경험에서 우러나온,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뽑아낸 폰트의 정수를 언급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흘려듣지 말고 메모해두자는 생각에 링크와 함께 관련 포스트를 적어본다.

일단 이 화제의 시발점이 된 사이트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한 Bitstream Vera Sans Mono 를 말할 것 같으면... 별다른 우수함을 느낄 수가 없다. 역시 이런건 익숙함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지라, 첫인상만 가지고 점수를 매기긴 어려운 문제다. 개인적으로 흔해빠진 Courier New 를 쓰고 있는데, 이런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면 큰 의미가 없지만, 실제로 오랫동안 사용해보고, 다른 것과 비교해보면, 왜 수많은 편집기가 이걸 기본 폰트로 사용하고 있는지 납득을 할 수 있다. 여기서 구분해야 할 점이 편집 폰트와 보기 폰트는 엄연히 그 특성이 다르다는 것이다. 개념없는 답변으로 뽑은 굴림Verdana 는 보기용으로는 우수할지 모르나, 코드 편집시에는 50점도 안되는 폰트들이다. 가장 큰 이유는 모노스페이스, 즉 폭이 일정한 글꼴이 아니라는 점이다. 똑같은 크기의 글자를 똑같은 갯수로 쳤을때 줄의 길이가 틀리다면, 그건 모노스페이스가 아니다. 이런 건 코드 편집시에 정리되지 않은 답답한 느낌을 준다. 여기서 추가로 짚고 넘어갈 점이 굴림굴림체의 차이점이다. 이름도 비슷한 것이 가끔 선택할때 고민하게 만드는데, 굴림이 가변형, 굴림체가 고정형 폭을 가진 글꼴이다. 즉, 코드 편집시에는 뒤에 자가 붙는 글씨체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다음으로 고려할 점이 한글이 산세리프, 즉 꺾임없는 글씨체로 나오는가다. 처음 언급한 Bitstream Vera Sans Mono 가 국내에서 높은 점수를 얻지 못하는 이유가 한글이 붓글씨체(바탕체)로 나온다는 점이다. 붓글씨체는 인쇄물이나 커다란 글씨체에서나 아름답지, 10포인트도 안되는 작은 크기로 보면 추하기 그지없다. 굴림체가 10년이상 컴퓨터 폰트의 황제로 군림하는 이유가 작은 글씨에 강하다는 점이다. 한글처럼 자음, 모음에 받침까지 있는 글자를 10포인트 이하로 줄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거기다 가독성까지 얻으려다 보면, 수학공식처럼 굴림체로 회귀할 수 밖에 없다. 이건 익숙함을 초월하는 문제이다. 내가 애용하는 Courier New 도 한글 표시에서 점수를 깎아먹지만, 코드 편집이란게 대체로 영문과 숫자를 다루는 것이기 때문에, 크게 고려할 만한 요소는 아니다.

그외에 자주 언급됐던 fixedsys 가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케이스인데, 글꼴 크기가 12로 고정(최적화)되어 있다는 점, 글꼴이 두꺼워서 조금 튀어보인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가장 무난한 글씨체이다. 하지만 메모장으로 질리도록 써봤기 때문에, 세컨드로 제껴두었다.

결론은 역시 Courier New 밖에 없는가? 지금까지 쓴 장문의 글은 나의 선택을 합리화시키기 위한 헛소리에 지나지 않는가? 뭐, 맞는 말이지만, 이렇게 문제점을 정리해가다 보면, 우리가 당연시했던 것들의 소중함을 새삼 느낄 수 있다. 단순의 미학, 영어론 Zen, 이런걸 배울 수 있다는 거지. 그래도 순위권에 드는 영문 폰트들은 기회가 닿는대로 종종 써볼 생각이다. Editplus 를 보니 사용자정의로 6가지 글꼴을 즉석에서 바꿀 수 있게 해놨다. 편집의 흥취와 편리를 생각한 개발자의 센스도 이참에 느껴보자.

Link


1 Comments:

At 8/21/2012, Anonymous Anonymous said...

bitstream vera sans는 영문 폰트입니다. 한글 글리프가 전혀 없습니다. 명조체가 나오는 것은 한글 bitstream 에서 한글 글리프가 없기 때문에 응용프로그램이 다른 한글 폰트를 이용하여 그려주는 것이죠. 리눅스를 사용하시면 영문, 한글에 따른 sans, serif, monospace 기본 폰트 설정할 수 있습니다. 즉, monospace 를 vera sans momo(폭 1233), 글자 폭이 2466인 한글 폰트를 지정해 줄 수 있습니다. 나눔코딩, 굴림체 이런 폰트는 잘못 만든 폰트입니다. 영문 폰트와 혼용하면 글자 간격 문제가 반드시 발생하는 폰트죠. 한글 글리프 폭을 2466으로 잡아야만 vera sano mono, lucida mono 등의 영문 monospace 폰트와 혼용하여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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